[시론]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입력 2021-11-24 17:15   수정 2021-11-25 00:12

역대 최장기간 부동산 상승 랠리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금리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수차례의 부동산 규제정책은 이런 결과를 결코 의도치 않았을 것이다. 규제가 나올 때마다 활활 타올랐던 부동산 시장은 대다수 서민을 부동산 블루(우울증)로 좌절하게 했다. 집이 있는 사람도 크게 오른 세금 때문에 편치 않다. 투기꾼을 잡겠다던 다주택자 규제는 거래 빙하기를 초래한 바 있고, 임대차 3법은 단기간에 가장 가파른 전세가 상승을 가져왔다. 결국 시장을 이기지 못한 정부가 제3기 신도시 등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러한 규제의 역설은 최근 이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의료사고를 줄이고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산재 발생을 막고자 기업인을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2030년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대폭 상향됐고, 최근에는 모든 사업장의 임금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됐다.

과연 새로운 규제들이 최선일까 묻고 싶다. 규제는 오히려 보호하려 했던 선한 의도와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의사들 사이에서 외과는 인기가 없다. 전공의가 확보돼도 민감하거나 어려운 수술은 숙련자가 아니면 기피하게 된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의사들의 수술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 적기에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들이 의료 대란의 피해를 입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산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제도가 강화되다가 급기야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됐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산재 사망사고에 한해 법인의 벌금형만 도입했는데, 수많은 논의와 분석·평가를 거쳐 법 제정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안 심의 2주 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처벌 수준도 가히 세계 최고다. 근로자 과실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고려치 않고 오로지 기업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만 담고 있다. 기업인 징역형, 법인에 대한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중첩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처벌받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어떤 경우에 의무를 다해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명확지 않다. 이러한 기업 처벌 리스크 증가로 한국에 투자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기업과 일자리가 사라지면 결국 그 피해는 근로자와 국민에게 귀속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급격한 감축 목표 상향은 과다한 비용 부담, 생산 감소, 기업의 해외이전으로 이어져 일자리가 줄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이미 탈원전을 진행하는 가운데 탈석탄마저 급하게 추진하다가는 전력요금 인상뿐만 아니라 전력대란으로 국민 생활과 국가안보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풍력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25%로 높았던 영국에서 올해 유난히 바람이 불지 않아 최근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7배나 폭등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편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는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34.8% 오른 최저임금과 코로나 여파로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주휴수당을 비롯해 임금 항목과 계산 방법을 상세히 적어주라는 의무 부과는 초단시간 형태로 일자리를 쪼개 오히려 고용을 줄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선한 목적이더라도 새로운 규제가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새로운 규제는 도입 전에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경제적·사회적·과학적인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법 시행 후에도 주기적으로 면밀한 효과 분석을 통해 규제의 존폐를 검토해야 한다. 규제는 한 번 만들어지면 없애기 어렵다.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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